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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끝나지 않은 항로》 (9)
주체108(2019)년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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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동지께서는 추억에 잠기시여 이윽토록 창밖을 내다보고계시였다.
  강규성이 비장한 결심을 굳히며 비행장으로 나아갔던 그날의 일이 어제런듯 돌이켜지시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비행장에 승용차를 세워두신채 강규성을 기다리고계셨다. 시험비행준비를 하느라 바삐 돌아가다가 그이께서 도착하시였다는 소식을 뒤늦게야 알게 된 강규성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경애하는 원수님…》
  서둘러 보고를 올리려는 그의 손을 다정하게 잡아주신 김정은동지께서는 환하게 웃으시였다.
  《수고하오. 오늘 나와 함께 시험비행을 해봅시다.》
  강규성은 황황히 그이의 앞을 막아나섰다.
  《안됩니다. 경애하는 원수님, 저… 오늘은 비행훈련계획이 예정된것이 없습니다.》
  《하하. 난 동무가 무한히 고지식한 사람인줄 알았더니 거짓말도 곧잘하는구만.》
  웃으시며 하시는 그이의 말씀에 강규성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이미 림광호동무에게서 다 들었소. 동무의 심정은 알만 합니다. 나도 인민의 복무자입니다. 인민의 행복과 안녕을 위한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내가 먼저 해보아야 합니다.》
  《안됩니다. 이건… 이건 비행기입니다.》
  강규성은 무엄한줄 알면서도 두팔을 힘껏 벌렸다.
  인민을 위한 일이라면 그이께서 그 어떤 위험도 마다하시지 않는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다.
  개선청년공원의 급강하탑시운전을 위한 첫 손님이 되여주신분도, 마식령스키장의 공중삭도를 제일먼저 타보신분도 김정은동지이시라는것은 온 나라 인민이 다 알고있는 사실이였다. 하지만 시험비행만은…
  《일단 결심하였으니 이러쿵저러쿵하지 말고 어서 비행기에 오르시오.》
  김정은동지께서는 강규성이 더 말을 못하게 이렇게 못박아놓으시고 먼저 비행기에 오르시였다.
  가슴에 뜨거운것이 흘러드는것을 느끼며 그이의 뒤를 따라 비행기조종실에 이른 그는 뜻밖의 광경에 그만 아연해졌다.
  그이께서 먼저 승조장좌석에 앉으시여 조종간을 잡고계시였던것이다.
  《오늘 책임승조장임무는 내가 수행하겠소.》
  강규성은 헉― 하고 단숨을 들이쉬고나서 그 자리에 어푸러지듯 주저앉으며 조종간을 감쌌다.
  《경애하는 원수님, 차라리 저를… 철직시켜주십시오. 이러시면 전 만고의 역적이 되고맙니다. 인민들이… 저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겁니다. 제발 이 조종간만은…》
  애원하다싶이 절절히 아뢰이는 강규성의 두볼로는 굵은 눈물방울이 하염없이 흘러내렸고 조종간을 감싼 두손은 와들와들 떨렸다.
  그러는 강규성을 정어린 눈길로 바라보시는 김정은동지의 눈굽에도 뜨거운것이 소리없이 고여올랐다.
  이것이 바로 우리 인민들의 목소리이다. 이것이 우리 혁명전사들의 한결같은 모습이다. 자신께서 하늘처럼 여기시는 인민, 정을 주고 열을 주고 사랑을 다 바쳐 이 세상 제일 행복하게 해주고싶으신 인민을 위해 자신께서 반드시 하늘길을 열어야겠다는 결심이 더욱 굳어지시였다.
  《동무들이 다 타는 비행기인데 나라고 왜 못 타겠소.
  정말로 위험한 비행이라면 어떻게 동무들을 비행기에 태울수 있고 우리 인민을 태울수 있단 말이요. 이 길은 꼭 내가 직접 조종간을 잡고 항로의 안전성을 확인해야만 마음을 놓을수 있단 말이요. 강규성이, 동무가 정 그러면 난 동무를 내려놓을수밖에 없소. 어서 결심하오.》
  김정은동지께서는 끓어오르는 격정을 가까스로 누르시며 우정 엄하게 말씀하시였다.
  그이의 따뜻한 손길이 조종간을 움켜쥐고 그새 돌덩이처럼 딴딴하게 강직이 온 강규성의 주먹을 풀어놓으시였다.
  《경애하는 원수님…》
  강규성은 불뭉치같은 뜨거운것이 목구멍을 꽉 메우는것을 느끼며 손등으로 눈물을 씻었다. 그리고는 조종사의 자리에 가앉았다.
  《비행준비가 되였으면 발동기를 시동하오.》
  그이의 저력있는 음성이 조종실안을 울렸다.
  《알았습니다. 유도준비가 되였습니다.》
  강규성이 침착하게 계기판을 주시하며 대답올렸다.
  《좋소, 유도를 시작하겠소.》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조종간을 잡으신 그이께서는 활주로의 축선을 따라 동체가 우람한 려객기를 능숙하게 몰아가시였다.
  활주로를 달리던 비행기가 어느덧 리륙출발선에 다달았다.
  최대수치에 이른 발동기의 회전으로 비행기가 가볍게 떨렸다.
  조종간을 잡으신 그이의 존안에 긴장한 빛이 어리시였다.
  《비행기리륙준비가 되였으면 리륙합시다.》
  승무기사의 《전륜!》구령에 따라 비행기가 서서히 기수를 들고 가없는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